수출 1,000억 달러 시대, 무역 총액을 넘어 ‘생태계 연결구조’로!
선진국은 공급망 리스크와 정책효과를 어떻게 읽는가?
- 글로벌 연구와 정책 사례로 보는 무역 공급망 네트워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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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공급망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이며, 개별 국가·기업의 속성만으로는 전체 위험과 기회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개체(국가·산업·기업·상품)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개체들이 어떤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구조가 위험·회복탄력성·정책효과·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제는 “어느 나라와 얼마나 거래하는가”, “어떤 품목을 얼마나 수입하는가”, “어느 기업의 매출과 수출이 얼마나 증가했는가”였지만, 이제 정책 담당자, 금융기관, 연구자들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연결구조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대의 제품은 한 국가나 한 기업 안에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원재료, 소재, 부품, 장비, 물류, 금융, 최종 수요가 여러 국가와 기업을 거쳐 연결됩니다. 따라서 특정 기업이 거래상대방 목록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기업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특정 국가에서 직접 수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European Commission, OECD, 미국 Federal Reserve, 일본 RIETI 등은 이러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 ‘global supply chain’, ‘production network’, ‘firm-to-firm network’, ‘network exposure’, ‘supply-chain stress testing’ 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명칭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생각은 하나입니다.
무역과 공급망은 본질적으로 ‘네트워크’이며, 개별 국가·기업의 속성만으로는 전체 위험과 기회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1. 직접 거래만 보면 진짜 의존성을 놓칠 수 있다
한 나라가 중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규모가 크지 않다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도 낮다고 판단해도 될까요?
영국 중앙은행의 분석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Bank of England는 2024년 영국의 글로벌 공급망 노출을 분석하면서 직접적으로 관찰되는 거래와 공급망을 따라 추적했을 때 드러나는 간접적인 노출을 구분했습니다. 분석 결과, 중국은 영국 제조업 절반 이상의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국가 공급처였으며, 이러한 중국 노출의 상당 부분은 영국 기업이 중국에서 직접 구매한 거래가 아니라 다른 국가를 거쳐 들어오는 간접적이고 관찰하기 어려운 ‘hidden exposure’에서 발생했습니다. [bankofengland.co.uk (2024)] 예를 들어 영국 기업이 독일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한다고 하더라도, 그 독일 기업이 중국산 소재와 부품에 크게 의존한다면 영국 기업은 중국과 직접 거래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공급망 위험에 노출됩니다.
따라서 공급망 분석은 “어느 나라에서 수입하는가?”하는 단순 질문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과 중간재는 어떤 국가와 기업들을 거쳐 우리에게 도달하는가?”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즉, 분석의 대상이 거래 상대방 하나에서 연결경로(Path) 전체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Bank of England 연구진은 이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글로벌 충격에 대한 지역별 공급망 노출을 측정하는 방법론도 제시했습니다. 이 접근에서는 직접·간접 노출, 수입·수출 노출, 총액 기준과 부가가치 기준 등을 구분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위험을 파악합니다. [Baldwin, R., Freeman, R., & Theodorakopoulos, A (2025)] 이러한 접근이 시사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직접 거래가 없다고 해서 의존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공급망 위험을 이해하려면 1차 관계뿐만 아니라 2차, 3차 이상의 연결을 따라가야 합니다.
